미소녀를 위하여! 나나소프트 ‘위기소녀’ 공개
미소녀를 위하여! 나나소프트 ‘위기소녀’ 공개
  • 임홍석 기자
  • 승인 2017.02.23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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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정확한 뜻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여체화’를 뜻한다고 하고 ‘불탄다’를 표현하는 단어라고도 얘기한다. 흔히 유저들은 이 단어를 ‘마음속에 내제된’, ‘누군가의 마음을 불타게 만들’ 그 ‘무언가’를 나타낼 때 이 ‘모에’라는 단어를 활용하곤 한다. 예를 들자면 “나의 모에는 ‘단발머리’야” 정도 일까.

신생개발사 나나소프트의 개발철학이 바로 이 ‘모에’다. 구체적으로는 ‘미소녀’를 통해서 유저에게 ‘모에’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이 ‘덕심’ 가득한 회사의 4명의 개발자가 첫 게임을 출시했다. 그 게임이 바로 미소녀 전방위 디펜스게임 ‘위기소녀’다. 유저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장애물 틈에서 소녀를 지켜줘야만 한다.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우선 출시한 이 게임은, 현재 VR모드를 준비 중에 있다.

나나소프트는 이동원 대표, 박태훈 기획자, 이영인 디자이너, 박종권 프로그래머 이상 네 명의 개발자가 합심해 설립한 개발사다. 이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그들은 회사 내의 팀이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게 됐고, 이 일을 계기로 각자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게임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이 대화 속에서 그들은 ‘우연찮게’도 모두 미소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딱 그 정도 까지였다. 그들은 각자 새로운 회사를 찾았고, 각자 업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거기서 우연은 끝나지 않았다. 모두 비슷한 시기에 각자의 회사를 퇴사한 것이다. 

“거짓말처럼 서로 비슷하게 회사에 퇴직서를 제출했어요. 그 때 우리는 기왕 이렇게 된 거,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 가자는 결심을 했어요. 그러니까 ‘미소녀’게임을 본격적으로 개발하자고 결정 했죠” 

좌측부터 박종권 프로그래머, 박태훈 기획자, 이동원 대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회사명을 짓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에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다. ‘일본스러울 것’, ‘너무 일본스럽지 않을 것’, ‘두 글자여야 할 것’, ‘전 세계인이 발음하기 어렵지 않을 것’ 등의 조건이었고, 그 해답은 ‘나나’였다. 

“사실 처음에는 일본의 유명 성우 ‘미즈키 나나’의 이름을 따서 떠올렸죠. 그런데 아무리 해도 ‘나나’만한 이름을 찾기 어려웠어요. ‘유키’는 너무 일본스럽고, ‘유리’는 좀 발음이 어려웠거든요”

무슨 게임을 만들지에 대한 목표는 뚜렷했다. ‘쉬운 미소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는 ‘미소녀 런게임’을 생각했다가 ‘미소녀 디펜스’게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길을 걷는 미소녀를 향해 날아오는 온갖 방해물체들을 처치하는 간단한 게임이다. 간단하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공개했더니, 체험해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VR과 어울리겠다” 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게임성이 단순하고, 게임의 핵심 가치가 관람(?)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나소프트 역시 그 의견에 동의, VR 모드 개발을 시작했다. 나나소프트는 VR게임에 특화된 미니게임을 제작, 독립된 게임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현재는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향후 패치를 통해 ‘위기소녀’에 VR모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완성은 못했지만, 단순히 바라보기만을 위한 VR모드는 아닙니다. VR모드에만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들이 추가될 겁니다”

'위기소녀'의 VR모드 프로토타입

현재 그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속옷’이다. 안드로이드 출시는 문제가 없었지만, iOS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속옷을 가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 앞에 놓여 졌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작업량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의 특수성이 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모에’가 사라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여전히 고민 중인 문제입니다. 시점을 바꿔야 하는 건지, 아예 가려야 하는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도전해 봐야 겠죠”

'위기소녀' 스크린샷

안드로이드 마켓에 게임이 출시된 지 일주일 정도가 지난 현재, 다운로드수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유저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벌써부터 게임의 리워드광고가 부족하다는 글들이 올라올 정도니, 회사 측의 예상을 웃도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패치를 통해 유저들을 만족시킨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다.

나나소프트의 이동원 대표는 “몇 개월이 걸려서 드디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출시했습니다”라며 “모든 관심에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멋진 미소녀 게임을 만들어내겠다”라고 유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나소프트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비주류 장르’라고 꼽히는 시장에 도전을 시작했다. 이 시장은 큰 수익에 대한 보장이 없는 길이지만, 굉장히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한 시장이기도 하다. 누구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던 이 시장에 ‘인디게임’의 이름으로 뛰어든 그들의 도전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부디 국내 유저의 ‘모에’를 책임질 수 있는 대표 개발사로 성장하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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